BlogHide Reblurtsjjy in # blurt • 13 hour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아흔을 넘긴 어머니 오늘 내일 돌아가신다고 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다고 하는 표정 없는 의사의 말에 어머니 연세와 병증을 놓고 제비뽑기를 한다 큰 병원에 가야한다는 자식들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눈을 꿈벅이지만 절대 병원엔 안 간다고 미운 일곱 살로 돌아간다 자꾸 화장실을 놓쳐 기저귀 채운다고 하면 못 들은 체 돌아누워…jjy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꽃 이야기열흘 붉은 꽃이 없다하는데 백일홍은 백일을 붉고도 끝을 모른다. 작은 섬을 가득 채운 꽃 그 붉은 얼굴도 어느 날엔가 까만 씨앗을 묻고 다시 태어날 날을 기다릴 것이다. 고귀한 생명의 꽃으로 다시 태어날 날을 꿈꾸며 가을 속에서 흔들린다.jjy in # blurt • 2 days ago • 2 min read가족의 재구성어느 날 가족관계 등록부를 발급 받을 일이 생겼다. 발급을 받고 내용을 확인 하는 순간 당황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어머니 성함이 빠졌다. 다시 한 통을 떼어도 여전히 어머니는 없었다. 담당 직원에게 문의를 한 결과 시부모는 가족이 아니라는 비정상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방법 물으니 남편 명의로 발급을 받으면 된다고한다. 우리가 생각하는…jjy in # blurt • 3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아무리 사나운 여름 볕도 매미 소리 몇 번 울고 나면 눈물 값으로 얼마간의 그늘을 주었다 자줏빛 싸리꽃이 소나기에 연신 허리를 굽히는 날이 지나면서 서슬이 죽은 여름도 호박처럼 늙어갔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 독하고 길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전봇대의 그림자만큼 길에 늘어진 더위가 과일나무 속으로 스며들었다 빨간 고추밭에서 맴을…jjy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나팔꽃이 한창이다 연분홍 나팔꽃도 예쁘지만 짙은 보라색으로 피는 꽃도 예쁘다 어쩐지 기품있게 보인다 단순히 내가 보라색을 좋아해서라기 보다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고 머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사람도 그런 사람이 있듯jjy in # blurt • 5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까만 밤 눈을 크게 뜨면 물러갈까 이마에 주름을 만들며 고개를 젖히고 뚫어지게 바라보는 어둠 빛나는 이마 동그란 얼굴을 찾느라 발톱이 갈라지며 움이 트기까지 오늘이 그믐밤인 줄 밤보다 더 아득히 잊었답니다 그 자리에 서서 어둠이 날개를 펼치는 소리에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월식/ 강연호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jjy in # blurt • 6 days ago • 2 min read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뭣 때문에 여기서 썩고 있는지 모르겠어 눈에 뭐가 씌었지, 어쩌다가 저런 사람을 만나서... 낮은 음성은 다급해진다. 하아! 이 사람이 애들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애들을 끌고 자리를 뜬다. 앙칼진 목소리는 여전히 푸념을 한다.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기왕 미치는 거라면 썩지 말고 차라리…jjy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해바라기가 해를 닮아 쨍하게 빛난다 한 때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좋아하는 꽃이다. 특히 우중충 한 날이나 기분이 울적할 때 해바라기를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그래서 고흐도 해바라기를 그렸던 것 같다.jjy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생로병사몇 해 전부터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 가끔 길냥이들이 드나들기도 하는 다 쓰러져 가는 집이 있다 어느 날 젊은 남자들 몇몇이 서서 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그 다음날 바로 장비가 동원 돼 집을 헐었다. 수 십년 삶의 자취를 지우는 데는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며 불평을 한다.…jjy in # blurt • 9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산다는 것이 빈손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안개가 걷히면 하늘을 향해 눈을 희번덕이는 냇물도 빈 손이 되기를 망설이며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실개천이 냇물 앞에서 모래알 몇 줌을 내려놓고 냇물이 흐르다 큰 물살이 가까워지는 곳에서 마지막까지 숨기고 있던 돌멩이들을 내주면서 슬금 슬금 그 대열에 끼어들었다 이미 고르지…jjy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꽃도 성격이 각각인 것 같다. 성급하게 먼저 핀 벌개미취가 백일홍 옆에서 목을 곧게 세우고 있다. 아마도 누가 피어 있나 어떤 꽃이 있나 살피는 것 같다. 가을을 가장 가을스럽게 하는 혼자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알싸해 지는 꽃이다. 보라색이라 그럴까?jjy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과식의 이유이웃집 아주머니께서 집으로 들어가시다 말고 부르신다. 혹시 호박잎 좀 줄까? 한 걸음에 달려간다. 주시는대로 넙죽 받아들고 와 씻어 바로 쪄서 식힌다 한 쌈 싸서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데 어쩌나, 또 과식했다.jjy in # blurt • 12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멀리 보이는 산도 비죽비죽 올라온 신축 아파트도 새벽 안개속에서 그루잠이 들었다 서 있는 형제들만 내가 걷는 보폭에 맞춰 다가온다 거뭇하게 시들어가는 덩굴에 매달려 조롱박이 솜털을 벗는다 한 무리의 철새들이 전과 달라진 지구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별들이 운행기록을 타전한다 ‘기울기와 속도에 이상이 감지…jjy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멀리서 보면 호박꽃을 닮았다 가까이 가면 수세미꽃을 닮은 꽃 노랑어리연꽃이 두둥실 별처럼 떠있다jjy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엄마표 샌드위치요즘 집안 일로 몸과 마음이 어수선하다. 이럴 때 밥맛도 없을거라며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만들면서 조금 더 만들었다고 맛은 보장 못한다고 하면서 샌드위치를 가지고 왔다. 엄마표 요리는 뭐든지 맛있다. 샌드위치에서도 엄마의 정성이 느껴진다. 정성보다 맛있는 재료는 없다. 맛있고 고맙다.jjy in # blurt • 15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가을걷이가 다가올 무렵 신앙촌 아줌마가 다녀가고 나면 동네에는 똑같은 밍크 담요가 하나씩 펼쳐졌다 봄새에 농사철 닥치기 전 신앙촌 아줌마 자전거가 동그란 빛을 내며 달린다 대청 넓은 집에 들어 앉아 점심까지 먹고 가면 동네엔 스텐 다라가 동그라미를 깔고 앉았다 봄버들처럼 피는 딸 생각에 덜컥 들여놓기는 했지만 스텐 다라처럼 몇 겹의…jjy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길가에 가로수처럼 줄지어탐스럽게 수국이 핀다 자세히 보니 힌얀 나비가 모여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끝이 없이 날아든다 여름의 끝자락 가녀린 날개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jjy in # blurt • 18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우리는 너무도 쉽게 속았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넘겨 줄 때 금단의 열매를 바라보던 눈빛은 더 휘황하게 빛났다 밤은 우리에게 잠을 주었고 아직 잠들지 않은 영혼으로 하여금 별이 흐르는 길을 따라 꿈에 흠씬 젖었다 그러나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프로메테우스의 비명에도 우리가 불을 얻고 별을 주었음을 몰랐다 밤마다 허기진 영혼을…jjy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잿빛 벽을 등지고 노랑선씀바귀가 홀로 피었다. 혼자 있는 순간은 외롭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함께 하면 사라진다. 홀로 있는 순간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되지 않는 고독이다. 고독 속에서 절대자와 만남이 이루어진다.jjy in # blurt • 20 days ago • 1 min read늦더위구름이 모여든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지 뭉게구름을 보면 꿈으로 부풀게 했었다 더위가 길어지면서 구름을 보면 비도 안 내리면서 더위를 몰고 오는 원흉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