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jjy in blurt • 2 hours ago • 1 min read함께 읽는 시몸을 푸는 강기슭에서 물갈퀴를 젓다 발 시린 철새들이 물결 가득 펼쳐진 솜이불에 발을 묻고 싶어 부지런히 따라가면 멀어지는 구름 조각들 등뒤에서 밤잠 설친 버들강아지 하품하는 소리에 어리둥절 놀라 벌어진 입에 꼴깍, 금빛 햇살 한 모금 넘어간다 2월/ 목필균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jjy in blurt • 20 hour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구근초의 계절 히야신스가 꽃송이를 터뜨린다. 작은 분 하나만 있어도 온 집안이 향기로 가득한 꽃 그런데 너무 빨리 진다.jjy in blurt • 2 days ago • 2 min read옛날 과자요즘 어머니를 따라 간식이 늘었다. 아직 밤이 길어 저녁에 오래 앉아 있으면 입이 궁금해진다. 연세 드신 어머니께서 밤이면 심심해 하시는 눈치다. 그래서 심심풀이조로 드실만한 간식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마트에 가서 옛날 과자를 보면 무조건 사다놓는다. 그 중에 마가렛트를 제일 좋아하시고 맛동산, 새우깡도 좋아하신다. 또 장날이면 센베이…jjy in blurt • 3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을 줄여가며 모난 곳도 비뚤어진 곳도 없이 둥글게 달을 빚었다 달맞이 하던 자욱한 목소리들 소원을 비는 간절한 별빛도 떠나고 떨리는 손을 모으던 자귀나무도 그림자를 눕힌 다 늦은 시간 혼자 남았을 달을 바라본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비는 마음 채워지기를 깨알 같은 기도를 모으고 있다 대보름/…jjy in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천리향 꽃이 핀다. 이름처럼 향기 진하다. 어떻게 하면 천리를 갈까 사람도 인품이 고귀하면 그 덕이 만리를 간다는데 나도 향기를 지니고 있을까 있다해도 얼마나 갈까jjy in blurt • 5 days ago • 2 min read입춘오늘이 입춘이다. 문자 그래로 하면 봄이 일어선다는 얘기가 되는데 봄은 무엇 때문에 일어설까 바로 우리에게로 오기 위해 출발을 하려면 우선 일어서서 첫발을 띠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봄은 한 발 한 발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앉아서 오는 봄을 맞을까 우리도 무언가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무엇을 해야…jjy in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함께 읽는 시봄은 겨우내 마음을 태우던 뜨거운 숨결로 시작한다 그 숨결이 땅의 틈을 만들어 새싹이 올라오는 길을 터준다 겨우내 움츠렀던 땅이 내 뿜는 뜨거운 환호성을 보라 그 환호소리가 눈뜨는 수양버들에게 춤을 가르친다 입춘/ 조병화 아직은 얼어 있으리 한 나뭇가지 가지에서 살결을 찢으며 솟아오르는 싹들 아, 이걸 생명이라고…jjy in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겨울은 양란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눈처럼 하얀 꽃 나비를 닮은 꽃 노란 드레스의 댄서 모두 양란이 주는 아름다움이다jjy in blurt • 8 days ago • 2 min read전문가의 손길얼마 전부터 자동차 백미러가 후진 기어를 넣으면 탁탁거리는 잡음을 내며 작동했다. 처음엔 왜 그러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어 소리도 더 커지는 느낌이라 신경이 거슬렸다. 그러면서도 당장 큰일 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일부러 카센타를 갈 시간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나갔다 오면서 카센타로 찾아갔다. 카센타…jjy in blurt • 9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새들에게만 허락 된 자유 휴전선 가까운 곳까지 철새를 보러 갔다 새들은 언제 배웠는지 높은 하늘에 한 일자를 쓰다 물결선을 그리다 이번엔 알파벳 브이자를 가르친다 철 따라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나라의 말이나 글을 배우고 너울처럼 펄럭이다 휘감았다 풀어내듯 살풀이를 끝으로 물결 위에 날개를 접는다 이제부터는 물새가 되어 부리를…jjy in blurt • 11 days ago • 3 min read만시지탄(晩時之歎)어제 저녁에 아들이 왔다. 설 전날 왔다 당일로 가고 한 주만에 왔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부터 반갑다. 할머니 곁에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끝이 없다. 세배 하고 용돈드리고 할머니 물으시는 말씀에 열심히 대답하고 이해 안 되는 부분 설명해드리는 장면이 안 봐도 보인다. 나면서부터 할아버지가 데리고 주무시고 네 살 때 할아버지…jjy in blurt • 12 days ago • 3 min read함께 읽는 시단풍이 산을 넘어 올 때 겨울이 뒤를 밟는 걸 누가 알았을까 바람이 낙엽을 몰고 떠난 길을 하늘을 차며 길을 잡던 철새들의 울음 따라 저물도록 갈숲에서 울던 바람이 신발이 벗겨지도록 달려와 문을 흔들 때 장독 위에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어스름 새벽 대추나무 가지에서 떨고 있는 하현달이 집을 짓고 들어간 쐐기나방의 애벌레와…jjy in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그동안 고생을 하면서 제대로 올라오지 않던 석곡 어느 날 꽃대를 올리더니 이렇게 꽃이 핀다. 고맙다 잘 돌보지 못했는데 아기 입술처럼 고운 연분홍 꽃을 보여주다니jjy in blurt • 14 days ago • 2 min read이제 됐다.얼마전 한 TV프로에 104세 철학자 김형석의 이야기다. 아내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얼굴에서 무거운 마음이 읽혔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은가’ 하는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 1년 후 아내의 병을 알게 했다. 그리고 23년간의 기나긴 병수발이 시작 되었다. 아내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직접 아내를…jjy in blurt • 15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한 겨울 눈덮인 논배미 비죽비죽 고개를 내미는 벼의 밑둥들 줄지어 있는 모습이 어느 날엔 칫솔처럼 보여 배고픈 새들이 궁금한 부리를 닦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날에는 카펫처럼 보이기도 해서 고라니가 뛰어놀다 간 발자국들이 무사히 숲으로 돌아갔을까 그 맑은 눈이 아른 거린다 같은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눈으로 남은 길을 잃지…jjy in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새해 아침 하얀 겹동백 사진을 보냈다 언젠가 이화원에서 보았던 꽃 화려하기보다 순수해서 눈에 담기던 봄볕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잠시도 눈을 떼지않고 듣기만하던 친구 같은 꽃jjy in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명절 뒷 날오늘 아침 메뉴는 당연히 어제의 나머지다. 곰탕국물을 올리고 일단 만두를 삶아 건져놓고 끓는 국물에 떡을 넣어 떡국을 끓인다. 만두를 담은 그릇에 떡국을 붓고 고명을 얹어 낸다. 그동안이면 렌지에서 돌아가는 전과 잡채가 딩동거리며 나를 데려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침이니 후식으로 먹을 사과까지 등장하면 아침식탁은 그런데로 훌륭하다. 갈…jjy in blurt • 18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올 한 해도 앞길 맑으라고 흰 가래떡을 하고 식구들 얼굴 같은 만두를 빚어 한 자리에 모여 밥을 먹는다 세배를 하고 덕담을 건네고 세뱃돈을 받고 좋아하는 것도 한 끼 서둘러 짐을 싸는 살붙이들 옷자락에서 바람이 인다 춥다고 그만 들어가라는 말에 그래, 그래 하면서 잘 가라고, 운전 조심하라고 하면서도 차문을 붙든 손은 떨어질 줄…jjy in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다육이를 잘 키우는 친구가 있다 가끔 놀러오라고 해도 모 가는 나를 위해 예쁜 사진을 보낸다 타이타닉이라는 이름의 식물의 사진을 명절인사외 함께 보냈다 작은 행복 오래 가기를...jjy in blurt • 20 days ago • 2 min read눈길에서어젯밤부터 내린 눈이 아침에 제법 쌓였다. 큰 길에는 제설작업을 해서 덜 미끄러웠지만 보행자를 위한 길은 많이 미끄러웠다. 눈 위에 발자국을 새기며 조심스럽게 걸어가는데 저만치 아는 모습이 걸어온다. 나이를 먹으면 멀리서 보아도 알아본다. 우선 걸음걸이부터 엉거주춤해서 느리고 답답하다. 나를 알아보고 반갑다고 부지런히 오다 미끄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