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jjy in # blurt • 13 minutes ago • 1 min read여우바람누군가 말하기를 봄바람은 여우바람이라 어느 사이 품을 파고든다고 어쩐지 자꾸만 으슬으슬 춥더라니 품안에 여우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어디쯤 봄이 오는지 궁금한 갈매기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위를 날고 있다jjy in # blurt • yesterday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낯선 거리의 쇼윈도우를 지키던 옷처럼 어색한 자리를 위해 옷장을 열고 하나씩 걸쳐본다 얼마전까지 잘 입던 옷이 품이 끼는 것 같고잘 어울린다는 매장 직원의 찬사를 떠올리며 거울앞에서 비춰보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옷들을 다시 옷장으로 들여보내고 가장 친한 옷으로 간택한다 마음먹고 장만한 핸드백도 두고 그동안 정이 든 걸 손에…jjy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볼때마다 사랑스러운 수선화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그 바람에 꽃집 아줌마 얼굴이 흐림이다 수선화는 회기가 짧아 보는 마음도 아쉬움이 남지만 꽃집에서는 때를 놓치면 또 한해를 기다려야 한다jjy in # blurt • 3 days ago • 2 min read안 바쁜 딸...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다. 오랜만에 사진을 보내왔다. 당연히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림이란다. 이 그림을 완성하고 자기도 모르게 설움이 복받쳐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딸은 모든 기회에서 밀려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미술에도 재능이 있었지만진학대신 타자학원을 다니고 바로 취직을 했다. 그 돈으로…jjy in # blurt • 4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주르르 숨도 안 쉬고 써내려간다 가끔 벼루에 먹물을 찍을 때를 빼고는 붓이 종이에서 떨어지지 않더니 드디어 붓을 놓는다 낙관을 든 손에 힘을 준다 화장을 하는 여자처럼 붉은 입술이 된다 아파트 한 동을 돌아나온 택배기사 비행운 같은 연기를 달고 단지를 몇 번 들러 신호가 바뀌기 전에 횡단보도를 넘어간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커피도…jjy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뼈가 시린 서릿발 속에서 실눈을 뜨는 산수유 꽃망울 앞에서 말은 어떤 가치도 위로도 되지 못한다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을 전한다jjy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소줏잔부터알탕을 좋아하는 사람이 알탕 구경한지 오래 되었다고 한 번 끓여먹자고 보챈다. 때마침 마트에 싱싱한 재료가 왔다고 하기에 당장 사오라고 했다. 그새 무를 썰어고 고춧가루도 한 숟가락 넣고 먼저 끓인다. 곤이와 알을 손질해서 넣고 콩나물도 한 줌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몇 번을 드나들며 좋아하더니 소줏잔부터 챙긴다.jjy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목표는 목적보다 격이 높다고 가슴보다 높은 머리에 새겼다 밥때를 잊어도 목표를 잊으면 안 된다고 머릿속에 탑을 쌓을 때마다 비누방울 같은 목표를 떠받치고 다녔다 영끌이라는 낱말에 빙의된 입술이 파란 영혼들이 비틀거리고 눈동자가 분열을 시작한다 겹눈으로 보는 세상은 벌집처럼 무수한 방을 만들고 새로 생긴 방안으로 목표를…jjy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어찌할거나 꽃술보다 깊은 화심에 간직한 그리움을 겨우내 목이 길어지도록 창밖을 보며 지나가는 발소리에 아스라이 가버린 뒷모습 보랏빛 삭소롬처럼 매달린 이름 이제는 놓아보내고 싶다jjy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무조건 맛있고 푸짐하게누가 뭐래도 음식은 무조건 맛있고 푸짐해야 한다. 그래서 요리연구가라는 사람들이나 고급 음식점의 셋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커다란 접시에 그림을 그리듯 조금 담아 나오는 요리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음식은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하고 여럿이 둘러앉아 푸짐하게 먹는 걸 제일 맛있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어제 그런 집을…jjy in # blurt • 10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이가 아닌 망치로 부럼을 깨는 정월대보름 새벽 귀밝이술이 새벽처럼 은근하다 아침이야 복쌈이라고 눈처럼 하얀 밥 까만 김에 싸서 먹고 섬만두 먹는 저녁까지 눈이 내리는데 보름달은 어찌 볼거나 이제와서 소원을 비는 것도 겸연쩍어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언제가 보름날이냐고 몇 번이나 묻는 시어머니와 가요무대 재방송을 본다 소리 없이…jjy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밖에는 눈이 쏟아지는데 꽃집 유리창 안에는 신부 대기실에 앉아 예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신부처럼 예쁜 꽃이 앉아있다 이름도 예쁜 장미 철쭉 백마탄 왕자님은 언제쯤 오려나 눈은 그치지 않고 쏟아지는데jjy in # blurt • 13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낙엽이 지기 시작하면서 첫눈을 기다린다 그러다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적설량을 확인도 하지 않고 설경을 기다린다 첫눈은 언제나 뜨락 키작은 향나무에 내리고 장독대 위에 소복이 쌓인다고 상상을 하며 발자국을 나란히 새기게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겨울마다 첫눈은 내리고 설렘은 첫눈처럼 밟히고 잊혀졌다 기다리는 마음만 지금도…jjy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화사하게 핀 심비디움이 겨울을 잊게 한다 한 때는 중국으로 수출도 많이 하고 웨딩 꽃장식으로 나갔는데 경기가 어려운 요즘 주인님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새해에는 경기가 좋아져 모두가 편안하기를 바란다jjy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유작추위가 극에 달할 때 유리창도 숨을 멈춘다 어둠의 사슬에 묶여 양치식물을 기르기 시작한다 멀리서 다가오는 새벽빛을 피해 하얀 꽃을 남기고 마지막 숨결을 놓는다jjy in # blurt • 17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신혼여행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신부에게 이명증세가 있어 다음으로 미루었다는 답이다 이명이라는 말이 모래알처럼 혀에 걸린다 살던 집을 옮기면 이사, 다른 나라로 가면 이민이라고 하는데 이명의 증세는 알고 있지만 갓 결혼한 새댁의 이명은 맞지 않는 블록이되어 내 귓속을 구른다 엄마 손을 놓친 별 하나 품을 찾고 있었다…jjy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겨울 화분 중에 가장 향기로운 꽃을 꼽으라면 바로 히야신스다. 양파처럼 생긴 구근에서 마늘 싹처럼 잎이 올라오면 바로 꽃대가 올라와 개화를 한다. 작은 화분 하나만 있어도 집안이 향기로 가득한 기특한 꽃이다.jjy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문풍지 테이프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문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 문풍지 테이프를 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주방문 틈으로도 바람이 들어오고 습기가 얼어붙는다. 잠시만 있어도 문이 얼어 열고 닫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결국 문풍지 테이프로 해결한다.jjy in # blurt • 19 days ago • 2 min read함께 읽는 시노인정 문앞을 지키는 지팡이보다 실팍한 고드름이 신전의 기둥처럼 땅에 뿌리를 박으며 동장군의 폭압은 갈수록 더 해 가는데 달력에는 입춘이라는 작은 글씨는 점점 작아집니다 떡볶이에 어묵 국물을 마시는 아이들 입에서 모락모락 아지랑이가 피어납니다 봄이라는 말 대신에 보아도 보아도 봄은 멀기만 한것 같은데 황조롱이 한 마리 눈 덮인…jjy in # blurt • 20 days ago • 1 min read꽃 이야기입춘을 앞서 꽃소식을 보냈다 제주에 홍매화가 피어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람은 차도 꽃은 때를 알고 약속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