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hansangyou in # blurt • 9 hr. ago • 1 min read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이 도 윤--- 시를 고칠 때 비가 오니 좋아라 종이에 쓴 글자들을 툭툭 건드려 사람은 사랑이 되고 마을은 마음이 되고 동일은 통일이 된다 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 땅에서 스멀거리던 입술들 묘지 위에서 죽은 풀들도 이슬이 데리고 가 구름이 되고 또 내려오시네 나의 아비도 빗방울로 다녀가시네 새의 날개로 후루루루 내려오시네 좋아라 다시 만나 좋아라 땅을 기어가던 호박꽃도 옆구리에 빗물 한 덩어리 모으시네hansangyou in # blurt • 1 day ago • 1 min read여름비---이 은 봉--- 엷은 안개 더미를 옆구리에 끼고 내리는 비 아픈 제 가슴을 칼로 저미며 내리는 비 버들가지를 흔들고, 망초 꽃대궁을 흔들고 찢겨진 하늘을 담은 저수지 위로 내리는 비 눅눅한 땅, 더욱 눅눅하게 적시는 저 여름비 속에는 무엇이 사나 해와 달이 가도 가지 않는 슬픔이 사나 설움이 사나 우울이 사나 쑥대궁을 흔들고, 신우댓잎을 흔들고 머리칼을 어지럽게 풀어 헤친 채 내리는 비 입 꽉 다물고 땅바닥만 쳐다보며 내리는 비 느릿느릿 한세상 죄 적시며 내리는 여름비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여름비---유 병 록--- 잃어버린 우산은 빗소리 속에 두기로 해요 같은 것을 찾아 빗속을 헤매지 않기로 해요 젖은 마음을 내일로 가져가지 않기로 해요 깊은 잠을 자기로 해요 여름의 일을 가을까지 데려가는 건 엄두도 내지 않기로 해요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오늘---구 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여름밤---김 미 혜--- 고양이 눈이 환하다. 달맞이꽃이 환하다. 밤길이 밝다.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여름날---김 명 수--- 어느 한 사람이 먹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이 뭉게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이 불타는 태양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이 황혼의 노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서녘 하늘에 남아 있는 구름 하나를 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여름날---정 종 목--- 숲이었으면 연못이었으면 차라리 늪이었으면 진창 속 숨은 꿈틀거림으로 흐물흐물 썩어 융융한 소용돌이를 뚫고 한여름 푸른 꽃대 올라왔으면 수련이 한 켜 한 켜 눈부신 꽃잎 펼치고 네 자궁 속에 웅크린 혼곤한 잠이였으면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바다울음---박 경 리--- 바다 우는 소리를 들었는가 어떤 사람은 울음이 아니요 샛바람 소리라 했지만 나는 지금도 바다울음으로 기억한다 수평선에 해 떨어지고 으실으실 바람이 불면 바다는 뭍을 치고 울부짖었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반딧불이---정 호 승--- 가평 이모집에 가서 오빠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밤길을 가다가 이장네 가게에 다 와 갈 무렵 갑자기 내 손끝에 앉아 환히 불을 밝히는 것이 있었다 반딧불이였다 나는 가만가만 걸음걸이를 죽였다 반딧불이는 좀처럼 날아가지 않았다 발걸음을 조금 빨리 해도 날아가지 않았다 그날밤 반딧불이가 된 내가 아름다웠다 일찍이 그토록 내가 아름다운 적은 없었다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반딧불---김 명 수--- 그날 나는 산속에 있었다 사방은 캄캄하고 주위는 적요했다 인적 없는 한밤중 반딧불 하나가 머리 위로 날았다 깜빡이는 불빛을 머리에 인 반딧불이 미미한 불빛의 호를 그으며 어둠으로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별이 어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유성이 암흑 속에 빛을 그었다 나에게도 정녕 불빛이 있었던가 반딧불만한 불빛이 세상에 내가 밝힌 불빛은 없었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나의 시---이 상 국--- 시가 늘지 않는다 꽃은 저 혼자서도 피었다 지고 송아지도 어미 말을 알아듣는데 시가 늘지 않는다 살다보면 사랑도 늘고 술도 늘고 이별도 늘어가는데 나의 시는 늘지 않는다 인생이 늘지 않는다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어라연 계곡---김 민 정--- 청산을 넘지 못해 물소리로 우는 강물 강물을 건너지 못해 바람소리 우는 저 산 아득히 깊고도 푸른 정 한 세월을 삽니다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여름 한철---도 종 환--- 동백나무 묵은 잎 위에 새 잎이 돋는 동안 아침 창가에서 시를 읽었다 난초잎이 가리키는 서쪽 산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바로 세우지 못한 나랏일에 마음 흐렸다 백작약 뿌리를 다려 먹으며 견디는 여름 한철 작달비 내리다 그친 뒤에도 오랜 해직 생활에 찾아온 병은 떠날 줄을 몰랐다 여름밤 깊고 깊어 근심도 깊은데 먼 마을의 등불도 흔들리다 이울고 띠구름 속에 떴다 지는 까마득한 별 하나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한여름 새벽에---박 재 삼--- 이십오 평 게딱지 집 안에서 삼십 몇 도의 한더위를 이것들은 어떻게 지냈는가 내 새끼야, 내 새끼야 지금은 새벽 여섯 시 곧하게 떨어져 그 수다와 웃음을 어디 감추고 너희는 내게 자유로운 몇 그루 나무다 몇 덩이 바위다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술잔 앞에서---정 현 종--- 숨 쉬는 법을 가르치는 술잔 앞에서 비우면 취하는 뜻에 따라서 오늘도 나는 마시이느니 여러 세계를 동시에 넘나드는 몸 원천 없는 메아리와도 같은 말 정치 빼놓으면 참 걸리는 데 없어 나는 마시느니 오오늘도 비우면 취하는 뜻에 다라서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풀밭에서---조 원 규--- 풀잎들이 한 곳으로 쏟리네 바람 부니 물결이 친다고? 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야 그해 팔 월엔 어땠는 줄 알아? 풀잎들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었지 풀 비린내에 내 가슴은 뛰고 지평선은 환하게 더욱 넓게 시간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야 이리 와, 껴안아줘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청춘의 바다---남 정 림--- 8월에는 청춘의 바다로 가야지. 억만년을 살고도 푸른 바다 같은 사랑에 풍덩 뛰어들어야지. 여름 낭만이 파도치는 해변에서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사랑도 모래알처럼 반짝이지. 너와 나의 밀물과 썰물이 달라도 퇴적된 시간에 가슴이 해안선처럼 깎여도 우리 사랑은 바다의 품을 떠나지 말자. 철썩이고 치솟고 요동치며 우리만의 바닷길을 내자.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능소화---나 태 주---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며느리밑씻개---한 상 유--- 이름 없는 꽃이 있을까만 하도 서슬이 딩딩하니 혹 똥구멍을 헐게 할 만큼 미운 정이 들었다는 말은 행여라도...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신---이 재 무--- 좁은 현관에 문수 다른 저 신들을 저마다 모시는 신들이 달라요 일요일이 오면 리본 단화는 절에 가시고 굽 낮은 플랫 슈즈는 교회에 가고 굽 높은 플랫폼 백화점 가고 해진 금강은 사우나 가고 나이키 운동화는 PC방을 찾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