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in # blurt • 5 hours ago • 1 min read결빙---정 호 승---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2 min read눈사람 자살 사건---최 승 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환상의 꽃---황 금 찬--- 행복을 모르는 것은 꽃만이 아니다.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눈 내리는 북극 소년의 나팔 소리. 겨울 과실처럼 오롯한 눈 위에 핀 얼음꽃 한 송이 피고 있을까. 지고 있을까. 소년의 나팔 소리. 빙판 위로 꽃잎을 쓸며 밀려가고 환상의 꽃잎 위엔 촛불이 타고…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옹달샘---한 명 순--- 조그만 손거울 숨겨 두고 하늘이 날마다 들여다 본다. 산속에 숨겨둔 옹달샘 거울 가끔씩 달도 보고 간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그림자---함 민 복---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인생---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것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 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 하루하루가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하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을…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까마귀가 걸려 있는 풍경---한 상 유--- 둥근 어깨를 동무하는 야트막한 구릉의 발치 시냇물 휘돌다 지친 갈대밭에 점점이 박혀 물안개 짙어 올라 어찌 길을 찾을고 멧새들 숨죽이고 희미한 철탑 어깨 위에 까마귀 울음 젖어 걸렸다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강물---천 상 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기다림---조 지 훈--- 고운 임 먼 곳에 계시기에 내 마음 애련하오나 먼 곳에 나마 그리운 이 있어 내 마음 밝아라. 설운 세상에 눈물 많음을 어이 자랑삼으리. 먼 훗날 그때까지 임 오실 때까지 말없이 웃으며 사오리다. 부질없은 목숨 진흙에 던져 임 오시는 길녘에 피고 져라. 높거신 임의 모습 뵈올 양이면 이내 시든다…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대보름---박 경 리--- 보름 전야 불 끄고 잠자리에 들다가 환한 창문 보름달을 느꼈다 대보름 아침 연탄을 갈면서 닭 모이를 주면서 손주네집에서는 오곡밥을 먹었을까 자멱질하듯 시시로 떠오르는 생각 차 타면 몇십 분에 가는 곳 멀고도 멀어라 글을 쓰다가 말라빠진 날고구마 깨물며 슬프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2 min read겨울 나무---이 정 하---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리 붙잡기로 하면 붙잡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이 식어서도 아니다 잎잎이 그리움 떨구고…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겨울---조 병 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이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겨울 편지---안 도 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겨울나무---이 원 수---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 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는 봄 여름 생각 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부재---김 춘 수---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없이 져 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청석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일없이 세월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편지---윤 동 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2 min read향수---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어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눈---김 수 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화병---김 요 섭--- 그이를 향해 열린 채 비어 있는 마음 무거운 뉘우침이 고여 간다 마리아 가난한 화병 속에 그대의 눈물이라도 채워 주시오 환한 아침이 넘칠 듯 고여가는 화병 향기로운 이름은 기쁨처럼 활짝 피어난다 그이에게 바치는 숱한 이슬내 풍기는 울음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인생---정 연 복--- 한세월 굽이돌다 보면 눈물 흘릴 때도 있겠지 눈물이 너무 깊어 이 가슴 무너질 때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잊지 않으리 꽃잎에 맺힌 이슬에 햇빛 한 자락 내려앉으면 그 꽃잎의 눈물이 어느새 영롱한 보석이 되듯 나의 슬픈 눈물도 마냥 길지는 아니하여 행복한 웃음의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