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angyou in # blurt • 8 hours ago • 1 min read을왕리---한 상 유--- 서툰 개꾼에겐 반나절쯤 질척여도, 좋지 어스름 선창께서 비린 바람 훅- 훅- 찔러대더니, 꾸- 욱 눌러 담은 지퍼 팩이 터진 듯 생떼거리로 물 차오르면 덤벙거려, 좋구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매미---고 영 조--- 굴암산 늙은 떡갈나무 몸뚱이에 배를 붙이고 노래하는 매미들 여름은 얼마나 즐거우냐고 세상의 청맹과니들이여 제 몸의 노예들이여 이 노래 들어보라고 아랫배에 힘주고 운다 지나가던 산들바람 그 노래 더 멀리 울려 퍼지라고 세상의 노예들이여 모두 모두 노래하고 잘 노시라고 떡갈나무 푸른 잎을…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2 min read여름---조 연 호--- 낭떠러지의 여름이다 여름마다 여름을 뒤돌아보는 것이 피곤했지 나를 그네라고 부르는 그 사람은 머리를 사슬로 감아주자 여름마다 자기를 흔들어도 좋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여름이다 팔다리가 달린 검정과 놀았지만 혼자서 했던 연애 나도 허공이었던 것을 너만큼 변심으로 내 발등에 엎지를 줄 안다 천박한 짓을…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9A석---한 상 유--- 8호차 9A석 푯값엔 창문이 반만 포한되어 있으나, 눈치 없이 누군가의 창문을 빌려 창밖 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여름밤---정 호 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 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그 여름 밤---최 경 신--- 내 어릴 적 여름 뒤꼍 우물가에 목물할 땐 심장에 소름이 돋고 칼끝의 짝! 소리에 우물에서 건져 올린 수박에 서릿발이 서는 밤이면 하늘에는 별들의 잔치가 열렸었지 생풀 타는 매콤한 연기를 어머니의 부채바람에 날리며 앞 뒷문 열어 제친 모기장 속의 단잠이 홰를 치는 새벽을 밀어내고 이슬 먹은 풀벌레 소리에…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오 규 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여름밭---문 태 준--- 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밭을 키운다 재는 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가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 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콱 물어 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호수---문 정 희--- 이제야 알겠네 당신 왜 홀로 있는지를 손에는 검버섯 피고 눈 밑에 산 그림자 밀려온 후에야 손과 손이 뜨거이 닿아 한 송이 꽃을 피우고 봄에도 여름에도 강물 소리 가득하던 우리 사이 벅차오르던 숨결로 눈 맞추던 사랑 이제 호수 되어 먼 모랫벌로 밀려가 버린 것을 이제야 알겠네 물이 된 지금에야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2 min read몇 방울의 찬란---문 현 미--- 내 속의 마른 뼈들이 서걱거린다 바람 몰아칠 때나 세찬 비 가슴을 두드릴 때나 햇볕의 민낯이 눈부신 날이든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실금이 간 뼛조각들을 모아서 조심조심 날카로운 속도로 맞추어 본다 초록 그늘 울창한 나무로 서 있다가 침묵으로 말 건네는 바위로 덩그러니 앉아 있다가 흔들리며 떠 있는 조각배로 흐르다가…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장마전선---이 외 수--- 흐린 날 누군가의 영혼이 내 관절 속에 들어와 울고 있다 내게서 버림받은 모든 것들은 네게서 아픔으로 못박히나니 이 세상 그늘진 어디쯤에서 누가 나를 이토록 사랑하는가 저린 뼈로 저린 뼈로 울고 있는가 대숲 가득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장마의 계절---조 병 화---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 갈 곳도 없거니와 갈 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이 축축한 무료 적요 어찌 고독한 나날을 다 이야기하겠습니까 비는 내리다간 쏘와! 쏟아지고 쏟아져선 길을 개울로 만듭니다 훅, 번개가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져 내는 천둥 소리 하늘은 첩첩이 검은 구름 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농담---이 문 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우산---도 종 환--- 혼자 걷는 길 위에 비가 내린다 구름이 끼인 만큼 비는 내리리라 당신을 향해 젖으며 가는 나의 길을 생각한다 나도 당신을 사랑한 만큼 시를 쓰게 되리라 당신으로 인해 사랑을 얻었고 당신으로 인해 삶을 잃었으나 영원한 사랑만이 우리들의 영원한 삶을 되찾게 할 것이다 혼자 가는 길 위에 비가…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비 오는 날---천 상 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1백50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찌…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산속에서---나 희 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2 min read사랑일기---한 상 유--- 눈물 고이기 전 옹그려 꼼쳐둔 담배 한 개피 꺼내 서너 모금 삼키고서 궁둥이를 슬리퍼 신은 뒤꿈치에 대고 주저앉아 남은 꽁초 엄지와 검지로 들어 살뜰히 흠향하지 이때, 초점 잃은 시선은 먼 산에 주고 더러는 호주머니 속 성냥갑이나 아무 코앞에 뒹구는 돌멩이를 만지작거리기도 하지 서너 번 괜한 기침을 토하는데…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정 호 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배교---조 연 호--- 색약인 너는 여름의 초록을 불탄 자리로 바라본다 만약 불타는 숲 앞이었다면 여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겠지 소년병은 투구를 안고 있었고 그건 두개골만큼이나 소중하고 저편이 이편처럼 푸르게 보일까봐 눈을 감는다 나는 벌레 먹은 잎의 가장 황홀한 부분이다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들풀---류 시 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