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6 hours ago • 1 min read갈매기---천 상 병---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아 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2 min read비가 와도 젖는 자는---오 규 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나를 젖게 해 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파도의 말---이 해 인---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줄게 마음 놓고 울어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 줄게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호수---조 지 훈--- 장독대 위로 흰 달 솟고 새빨간 봉선화 이우는 밤 작은 호수로 가는 길에 호이 호이 휘파람 날려 보다 머리칼 하얀 옷고름 바람이 가져가고 사슴이처럼 향긋한 그림자 따라 산밑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신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살아 남은 자의 슬픔---베르톨트 브레히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김광규 옮김)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운명이라는 것---천 양 희--- 파도는 하루에 70만번씩 철썩이고 종달새는 하루에 3000번씩 우짖으며 자신을 지킵니다 용설란은 100년에 한번 꽃을 피우고 한 꽃대에 3000송이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560만송이의 꽃을 찾아다니고 낙타는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 우는…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비 그치고---류 시 화--- 비 그치고 나는 당신 앞에선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내 전생애를 푸르게, 푸르게 흔들고 싶다. 푸르름이 아주 깊어졌을 때쯤이면 이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 함께 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염소---함 순 례--- 산사태에 묻혔다가 살아 나온 염소 온몸에 진흙 뒤집어쓴 채 눈도 못 뜨고 서 있다 텃논 물꼬 본다고 큰물에 휩쓸렸다가 집채만 한 나뭇등걸 붙잡고 살아 오신 염소 물비린내 범람하는 들판을 바라보며 울지도 못 하고 떨고 있는, 아버지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2 min read생명의 서---유 치 환--- 나의 지식이 독한 삶의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서 사멸한 영겁의 허적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의 끝 그 열렬한…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별똥별---이 문 재--- 그대를 놓친 저녁이 저녁 위로 포개지고 있었다. 그대를 빼앗긴 시간이 시간 위로 엎어지고 있었다. 그대를 잃어버린 노을이 노을 위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대를 놓친 내가 나를 놓고 있었다. 오른손에 칼을 쥐고 부욱- 자기 가슴팍을 긋듯이 서쪽 하늘 가늘고 긴 푸른 별똥별 하나.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여름 한철---도 종 환--- 동백나무 묵은 잎 위에 새 잎이 돋는 동안 아침 창가에서 시를 읽었다 난초잎이 가리키는 서쪽 산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바로 세우지 못한 나랏일에 마음 흐렸다 백작약 뿌리를 다려 먹으며 견디는 여름 한철 작달비 내리다 그친 뒤에도 오랜 해직 생활에 찾아온 병은 떠날 줄을 몰랐다 여름밤 깊고 깊어…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나란히---육 호 수--- 소반 위에 갓 씻은 젓가락 한 켤레 나란히 올려두고 기도의 말을 고를 때 저녁의 허기와 저녁의 안식이 나란하고 마주 모은 두 손이 나란하다 나란해서 서로 돕는다 식은 소망을 데우려 눈감을 때 기도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반쪽 달이 창을 넘어 입술 나란히 귓바퀴를 대어올 때 영원과 하루가 나란하다…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2 min read가정---이 상---…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얼굴을 바꾸는 사람들---정 대 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니, 때와 장소를 가려서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사람들 진정한 너는 어디 있고 나는 어디 있어 무수한 가면들이 몰려가고 몰려오는 날라리 같은 이 슬픈 시대에 진정 내가 달아야 할 나의 얼굴은 어느 것인지 아침에 달고 나간 얼굴과 저녁에 달고 들어오는 얼굴이 왜 같지 않은지…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호수연가---권 영 민--- 깊은 산 외로움 거느리고 바다보다 깊은 파문 속에 내리면 메아리 산울림 되어 울음 우는 호수 달빛 총총히 별을 부른다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용 혜 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바다---김 소 월--- 뛰노는 흰 물결이 일고 또 잦는 붉은 풀이 자라는 바다는 어디 고기잡이꾼들이 배 위에 앉아 사랑 노래 부르는 바다는 어디 파랗게 좋이 물든 남빛 하늘에 저녁놀 스러지는 바다는 어디 곳 없이 떠다니는 늙은 물새가 떼를 지어 좇니는 바다는 어디 건너서서 저편은 딴 나라이라 가고 싶은 그리운 바다는 어디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2 min read산---권 영 진--- 산은 제 높이만큼 구름을 쉬어가게 하지만 구름은 산의 높이를 알지 못한다. 산은 제 크기만큼 바람을 잠 재우지만 바람은 언제고 그 품속을 떠난다. 산은 제 가슴의 피를 사랑으로 골져 넘치게 하지만 내 피는 동맥 밖을 나서질 못한다. 산은 그의 그림자를 가장 따스한 곳에 드리우지만 나는 나의 상처 하나…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2 min read골방---농부 시인 박 운 식--- 내가 자는 골방에는 볍씨도 있고 고구마 들깨 고추 팥 콩 녹두 등이 방구석에 어지러이 쌓여 있다 어떤 것은 가마니에 독에 있는 것도 있고 조롱박에 넣어서 매달아놓은 것도 있다 저녁에 눈을 감고 누우면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말소리가 방안 가득 떠돌아다니고 그들이 꿈꾸는 꿈의 빛깔들도…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2 min read구부러진 길---이 준 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