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6 hours ago • 1 min read아침---강 은 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또 한 슬픔이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마음---김 광 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감잎차를 마시며---정 태 욱--- 초엿새 초승달 잠긴 소반 위 감잎차 한 잔 감나무 잎에 빛나던 달빛 생각난다 새벽까지 그 밤 바라보던 눈빛도 떠오른다 내 생애가 건너온 강 건너 아직도 큰 키로 서 있을까 감꽃 지는 발자국 소리 발밑에 두르며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남이섬 가는 길---한 상 유--- 일렁이며 저녁 햇살 마냥 수런대고도 읍에서 품 너른 강줄기에 안기는 풍경 중에, 갸웃갸웃 비둘기호가 다다르던 소싯적 역사 서편으로 스무 살인 양 키들대며 광장을 지나 본 구름발치 찬 빛깔마저 섭적 풀어져, 내리는 모롱이에 꽃- 노을 지펴 놓은 길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2 min read초혼---김 소 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야상곡---한 상 유--- 별빛은 공간과 순간과 조우하다 바위를 낳고 나무를 낳고, 우러러 두 눈에 반짝이며, 흐뭇한 우연을 빙자한 밤길 위에 온새미로 쏟아지니 풀 그림자에 감겨 자빠진 김에 은행나무 비껴 으스름달 걸린 길 마주앉은 재넘이와 켜켜이 아로새긴 돌덩이에도 핏줄이 당기고 나란히 앉아, 듣는 아야기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지금은 우리가---박 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매듭---오 은 경--- 어제와 같은 장소에 갔는데 당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내가 돌아갑니다 파출소를 지나면 공원이 보이고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습니다 사이에는 하늘이 매듭을 지어 구름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풍경 속을 가로지르는 새 떼처럼 먹고 잠들고 일어나 먼저 창문을…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음악---이 성 복---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메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 본다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9월---고 영 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 있었다 수로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의…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바다의 꿈---권 영 진--- 바다와 육지가 만나듯 만나기는 만난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아픔을 아는가. 부딪치는 파도를 무심한 파도를 끌어안는 고통을 아는가. 끝내 바위는 은빛 모래가 되어 파도속을 자맥질하고 파도는 그 부드러운 가슴으로 어루만지는 비밀스런 그 만남을 아는가.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파도---조 오 현--- 밤늦도록 불경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 그 만론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바람 나그네---문 현 미--- 바람결에 언뜻, 눈물 없는 소리 울음을 들은 적 있는가 흩어졌다 다시 몰려 쌓이는 수천 겹 바람의 지층 얼마나 가파른 어둠의 협곡을 넘어왔을까 쏴아- 쏴아- 아우성치며 온몸으로 휘몰아 가는 선천성 유목의 날개 아래 사무치게 날카로운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있는 듯 없는 듯 허공의 벼랑을 오르내리며 투명의…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2 min read담쟁이넝쿨의 생존법---승 한--- 벽을 만나면 벽이 되고요 담장을 만나면 담장이 되고요 집을 만나면 집이 되고요 나를 만나면 내가 되고요 쓰레기를 만나면 쓰레기를 먹고요 죽은 나무를 만나면 죽은 나무를 먹고요 죽은 자전거를 만나면 죽은 자전거를 먹고요 썩은 우물을 만나면 썩은 우물을 삼키고요 먹는 대신 쓰레기에도 심장을 먹는 대신 죽은 나무에게도…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나비---최 승 호--- 등에 짐짝을 짊어지고 날거나 헬리콥터처럼 짐을 매달고 날아가는 나비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비는 가벼운 몸 하나가 있을 뿐이다 몸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리고 무소유이다 무소유의 가벼움으로 그는 날아다닌다 꽃들은 그의 주막이요 나뭇잎은 비를 피할 그의 잠자리다 그의 생은 훨훨 나는 춤이요 춤이…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2 min read길 위에서의 생각---류 시 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숲---정 희 성---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2 min read흐린 날에는---나 희 덕---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오늘 하루만---이 해 인--- 오늘 하루만 말을 적게 하고 오늘 하루만 욕심을 버리고 오늘 하루만 좀 더 느리게 걷고 오늘 하루만 덜 걱정하고 오늘 하루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늘 하루만 기도하며 살게 하소서 이 하루가 모여 내 생이 되고 내 영원이 되니 하루를 소홀히 하지 않게 하소서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2 min read먼 길---문 정 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