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5 hours ago • 2 min read늙은 가수---허 수 경--- 나 오래 전 병아리를 키웠다네 이 놈이 닭이 되면 내다버리려고 다 되면 버리는 재미 그게 바로 남창 아닌가, 아무데서나 무너져내리는 거 반짝이는 거 반짝이면서 슬픈 거 현 없이도 우는 거 인생을 너무 일찍 누설하여 시시쿠나 그게 바로 창녀 아닌가, 제 갈 길 너무 빤해 우는 거 닭은 왜 키우나 내버리려고…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맛있는 주말---한 상 유--- 처마끝 낙숫물이 평상에 좀 들이친들, 하물며 장단지쯤 다 젖어도 신이 나서 걷어챈 개 밥그릇은 몰라라 애호박 실한 걸로 뵈는 대로 청양고추 몇 개랑 따 쟁여 놓은 막걸리 이미 한 사발 들이키며 전을 부치자니, 뭐라 종알거리는 마나님은 챔기름을 섞어 장을 조르르... 허면 사는 거이 게미진 오후. 겁나게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어무이---이 원 순 할머니--- 80이 너머도 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 어무이가 보고 씨타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 방가따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비 그친 새벽 산에서---황 지 우---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꽃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 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어떤 아침에는---최 승 자--- 어떤 아침에는, 이 세계가 치유할 수 없이 깊이 병들어 있다는 생각. 또 어떤 아침에는, 내가 이 세계와 화해할 수 없을 만큼 병들어 있다는 생각. 내가 나를 버리고 손 발, 다리 팔, 모두 버리고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숨죽일 때 속절없이 다가오는 한 풍경. 속절없이 한 여자가 보리를 거두고 해가 뜨고 해가…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2 min read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박 준--- 그곳의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흐린 날---도 종 환--- 날이 흐리다 날이 흐려도 녹색 잎들은 흐린 허공을 향해 몸을 세운다 모멸을 모멸로 갚지 말자 치욕을 치욕으로 갚지 말자 지난해 늦가을 마디마디를 절단당한 가로수 잘린 팔뚝마다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진 연둣빛 잎들이 솟아나고 있다 고통을 고통으로 되돌려주려 하지 말자 극단을 극단으로…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공터의 사랑---허 수 경---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야상곡---한 상 유--- 젖은 달빛 담뿍 떠 올리면 손아귀를 떠나는 간밤의 비릿한 여운 해를담근 달빛 카페의 하늘엔 모습 하나 일렁이고 발가락을 간질이던 별빛 옅어지는 잔물결 따라 조각달 다시 떠가고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너에게 꽃이다---강 원 석--- 마음을 접고 접어 꽃 한 송이 만들고 사랑을 품고 품어 향기 한 줌 모으고 두 손에 가득 담아 너에게 주느니 꽃처럼 피고 꽃처럼 웃어라 세상은 온통 너에게 꽃이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장마---오 보 영--- 무슨 말인가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이든 들을 것 같아서 나무를 본다 그저 불어오는 바람에 몸 내어 맡기고 내리는 비 철철 맞고만 서 있는 나무를 본다 무슨 말이든 듣고 싶어서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서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여행길에서---이 해 인--- 우리의 삶은 늘 찾으면서 떠나고 찾으면서 끝나지 진부해서 지루했던 사랑의 표현도 새로 해 보고 달밤에 배꽃 지듯 흩날리며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도 새로이 사랑하며 걸어가는 여행길 어디엘 가면 행복을 만날까 이 세상 어디에도 집은 없는데 집을 찾는 동안의 행복을 우리는 늘 놓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바닷가에서---정 연 복---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닷가에서 새삼스레 인생살이의 단순한 이치를 배운다. 영원한 기쁨도 영원한 슬픔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지금 슬픔에 젖은 이여 눈물의 홍수에 빠지지 말라 머잖아 반드시 기쁨의 날은 오리니 지금 기쁨에 겨운 이여 기쁨의 포로가 되지 말라 기쁨의 저편에 슬픔이 기다리고…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2 min read바다의 태교---오 창 헌--- 어머니는 제주 해녀였다 어머니는 붉은 꽃잎 펴 나를 꿈꾸던 날에도 나를 세상 밖으로 몽긋이 내밀던 날에도 어머니는 물질을 하셨다 나의 첫 교과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물결의 출렁임과 깊게 내뱉던 어머니의 숨비소리 그게 어머니의 가르침이고 바다의 첫 가르침이었다 세상에 나와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때처럼 따스하지…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빗방울 하나가---강 은 교---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나무가 말하였네---강 은 교---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2 min read나는 사랑했을까---김 이 듬--- 베개가 왜 네 개나 될까 호텔 싱글베드에 베개 가득한 이유를 모르겠어 분명 투숙객은 나 혼자인데 왜들 이러는 거야 이봐, 세 사람 너희들 누구야? 어쩌자고 내 방에서 싸움을 벌이는 거야 베개 던지며 거위 털 날려 가며 제각각 다른 외모와 성별 다른 세계관 다른 별자리 똑같은 감자는 없는 법 독이…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6월의 달력---목 필 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다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새---박 남 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처음 손잡던 날---강금연 할머니--- 처음 손잡던 그날 심장이 쿵덕거린다 도둑질핸는 거보다 더 쿵덕거린다 벌벌 떨리고 부끄러버서 고개를 들도 몬하고 60년이 지나도 그때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