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4 hours ago • 1 min read가을 편지---이 해 인---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들국화---나 태 주--- 바람 부는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생각 말자고, 아주 아주 생각 말자고 갈꽃 핀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잊었노라고, 아주 아주 잊었노라고 그름이 헤적이는 하늘을 보며 어느 사이 두 눈에 고이는 눈물. 꽃잎에 젖는 이슬.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2 min read가을 사랑---도 종 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가을의 맛---한 상 유--- 떠난 것도 보낸 것도 아닌, 다만 속에서 삭힌 눈물이 누룩이고 눈물이 술밑이고 달포에 거르지 못해 오히려 맑고 쓸쓸한 잔은 별빛, 잔울은 스민 깊고 짙은 밤그늘이 그러하듯 써.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가을 엽서---안 도 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가을에 아름다운 것들---정 유 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다로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배추---한 상 유--- 속고갱이 한 잎만 남아라 징한 가물 그루터기 가을 하늘 스미거든, 그럴려고 저니도 내도 허리가 휘도록 산달밭 일궈, 맴 조리고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들국화---목 필 균--- 발끝에는 네가 두고 간 기억들이 그림자 밟기를 하고 있어. 너를 보내고 아픔을 먹고 자란 그리움이 찬이슬에 목을 축이며 보라색 꽃잎으로 떠올랐지. 아마, 너는 지금쯤 내 눈물을 보고 있을 거야.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노을---김 재 천--- 오늘 지상에 뿌렸던 날선 것들을 가만가만 불러들이는 해를 봅니다 나도 기울 때 나에게서 떠난 것들을 거둘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인가 아프게 박혀 있을 부끄러운 것들을 도로 가져가고 싶습니다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2 min read저녁 무렵---최 윤 경--- 성난 바다색을 담은 하늘 지상의 경계와 경계 사이 쏜살같이 지나온 시간들을 비웃으며 조금씩 번져가는 먹구름이 가는 걸음 막는다 어두운 도시의 빌딩 숲에 내려앉은 노을 그 많은 날들을 수많은 낯빛으로 가슴 뜨거운 눈물까지도 퍼부었던 날들 어둑해지는 저녁 조곤조곤 말해주면서 먼데까지 꿈을 날리는…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강가에서---이 형 기--- 물을 따라 자꾸 흐를라 치면 네가 사는 바다 밑에 이르리라고 풀잎 따서 작은 그리움 하나 편지하듯 이렇게 띄워 보낸다.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고요를 얻기까지 물살은---최 윤 경--- 마음이 흔들릴 때는 심연 끝 바닥까지 흔들려보라 스스로 멈춰 바로 설 때까지 아득하여 아릿한 현기증 느낄 때까지 맘껏 흔들리고 나면 고요의 중심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얼마나 아늑한 쉼터인지 알게 되리라 고요를 알기까지 물살은 얼마나 더 깊어지고 부딪혀야 하는가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2 min read감나무---문 인 수--- 올해도 고향집 감을 땄다. 복잡하게 우거진 가지들 중에 매년 내가 골라 딛는 순서가 있다. 지금은 진토가 되었을 아버지의 등뼈, 허리 휜 그 몸 냄새를 군데군데 묻혀둔 바이지만 타관 길엔 도통 어두운 이 말씀, 감나무를 오르내리는 내 구부정한 그림자도 어느덧 늙은 거미같이 더디다. 감나무를 내려와 땅을 디디니…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2 min read가을에는---최 영 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경춘선---정 진 윤--- 드리워진 어둠보다 깊게 침몰하는 시간들 하룻밤을 꼬박 갇혀 지낸 해가 거뭇한 강에 눌러 앉으려는 안개를 몰아내고 있었다 혼자 남아야하는 사람에게 혼자 떠나는 사람이 차창 밖으로 건네는 잘 가라는 말을 내일 만나자는 말로 가린다 서둘러 떠나지 않는 기차를 향해 역무원의 손짓이 전해지고 기차보다 먼저…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어머니 와 어머니---정 태 욱---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작가 박범신이 울었다고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어머니를 불러보다 잠든 아내를 보고 나도 돌아누워 울었다 내 어머니 돌보던 내 고운 아내였는데 벌써 어머니고 어머니의 어머니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손---백 무 산--- 예전엔 얼굴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뒤를 보아 알겠네 예전엔 말을 들어 알겠더니 요즘엔 침묵을 보아 알겠네 예전엔 눈을 보아 알겠더니 요즘엔 손을 보아 알겠네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가을의 기도---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빨간 담쟁이덩굴---정 현 종--- 어느새 담쟁이덩굴이 붉게 물들었다! 살 만하지 않은가, 내 심장은 빨간 담쟁이덩굴과 함께 두근거리니! 석류, 사과 그리고 모든 불꽃들의 빨간 정령들이 몰려와 저렇게 물을 들이고, 세상의 모든 심장의 정령들이 한꺼번에 스며들어 시간의 정령, 변화의 정령, 바람의 정령들 함께 잎을 흔들며 저렇게…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2 min read내가 사랑하는 사람---정 호 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