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20 hours ago • 1 min read겨울 연가---이 해 인---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네가 있는 곳에도 눈이 오는지 궁금해 창문을 열어 본다 너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쏟아지는 함박눈이다 얼어붙은 솜사탕이다 와아! 하루 종일 눈꽃 속에 묻혀가는 나의 감탄사 어찌 감당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눈 오는 밤에---김 용 호--- 오누이들의 정다운 얘기에 어느 집 질화로엔 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 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 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 오늘 밤처럼 눈이 내리고. 다만 이제 나 홀로 눈을 밟으며…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살아 있다는 것---류 시 화--- 뭍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온몸을 던져 바닥을 치듯이 그렇게 절망이 온몸으로 바닥을 친 적 있는지 그물에 걸린 새가 부리가 부러지도록 그물눈을 찢듯이 그렇게 슬픔이 온 존재의 눈금을 찢은 적은 있는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렇게 전 생애를 거는 일이다 실패해도 온몸을 내던져 실패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돌릴…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동백---강 은 교--- 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어느 늦은 저녁 나는---한 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1월 1일터무니없는 일로 가슴 아픈 일로, 그렇게 한 해를 보냈지만 새해에는 희망 가득하고 기쁨이 넘치시길...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12월의 일---문 태 준--- 무엇을 할까 북쪽에 끝에 섰으니 12월에 무엇을 할까 긴 투병기 같은 마른 덩굴을 거두어들이는 일 외에 꺾인 풀 왜소한 그늘 흩어진 빛 가는 유랑민 그러나 새로이 받아든 동그란 씨앗 대지의 자서전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2 min read겨울 산에 가면---나 희 덕--- 겨울 산에 가면 밑둥만 남은 채 눈을 맞는 나무들이 있다. 쌓인 눈을 손으로 헤쳐 내면 드러난 나이테가 나를 보고 있다. 들여다볼수록 비범하게 생긴 넓은 이마와 도타운 귀, 그 위로 오르는 외길이 보인다. 그새 쌓인 눈을 다시 쓸어내래면 거무스레 습기에 지친 손등이 있고 신열에 들뜬 입술 위로 물처럼 맑아진…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12월---김 현 승--- 잔디도 시들고 별들도 숨으면, 12월은 먼 곳 창들이 유난히도 다스운 달... 꽃다운 숯불들 가슴마다 사위어 사위어, 12월은 보내는 술들이 갑절이나 많은 달... 저무는 해 저무는 달, 흐르는 시간의 고향을 보내고, 12월은 언제나 흐린 저녁 종점에서 만나는 그것은 겸허하고 서글픈 중년...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설득의 법칙---방 귀 희--- 우리의 생활은 늘 사람과 부딪혀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잘 설득시킬 수 있는 사람이 큰 능력을 발휘하지요. 사람을 설득시킬 때 그 사람의 약점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논리로 설득을 해도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그저 진심으로 대하는 것, 그것이 설득의 법칙입니다. (연인…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2 min read시궁창---김 병 중--- 큰 길보다는 좁은 길 바르고 곧은 길보다는 굽은 길 사람 다니는 길보다 다니지 않는 후미진 길을 가며 미궁 미로에서 출구 찾듯 더듬더듬 시를 쓴다 시를 위해 궁 하나 짓고 그 궁에서 하늘로 난 창 하나 달면 거긴 감옥이 아닌 빛이 드는 집 어두침침하고 눅눅한 공간이라 해도 그 안에 빛을 품는 어둠에게로…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느티나무 길---고 정 국--- 어제 지던 노을빛에 한참이나 젖은 이 길 아침 산책길이 젖은 채로 누워 있고 우수수 길 뜨던 이들의 발자국만 남아서 느티나무 단풍 길은 그냥 걷기 송구해라 낙엽 한 장 주워 들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돌아와 묵은 시첩에 몰래 끼워 두던 길 천 갈래 만 갈래가 또 하나 길에 닿는 길을 사랑하였음에 그 길 따라…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성탄절 아침 기도---한 상 유--- 말씀이 육신을 입어 이 땅에 오신, 그 말씀에 기대어 이와 같이 빵 한 조각의 식탁과 무릇 허름한 처소에 누웠을지라도 눈을 뜨는 뭇 아이들과, 엄마에게 허락하신 소망을 인하여 기뻐하는 이 아침 이루실 일을 위해 감사하게 하소서.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Merry Christmas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행복한 성탄이 되시길...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2 min read겨울의 목차---이 혜 미--- 어제의 빗줄기를 풀어 스웨터를 짠다 습한 공기의 타래를 풀어 헤치면 간신히 꿈에 가까워지는 온도들 눈송이들, 새가 되려는 눈송이는 겨울의 파본 일렁이며 찢기다 금세 낱장이 무르는 엮인 공기들 비밀을 누설하는 목소리로 희게 엮인 그물을 빠져나오면 날숨으로 짜인 눈송이들이 공중에서 솟구치다 곧 흐려졌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2 min read대설주의보---정 태 욱--- 대설주의보가 내렸던 그날 천지는 아득했다. 먼 마을이 묻혔다던 그해 영락없는, 그날 떠났던 네 뒷모습의 그 마을에 펑펑 내리던 눈송이 함박눈을 녹여 그린 엽서는 출발할 수 없었고 숙인 볼에 눈물이 얼어붙었다는 문자도 두절됐다. 광야 덮치는 들불 사그러지고 능소화 젖어 툭 떨어지던 담장 아래서 머리 풀던…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밤눈---김 광 균---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바람이 불어---윤 동 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 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내 마음을 아실 이---김 영 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hansangyou in # blurt • 20 days ago • 1 min read복수---이 연 숙--- 겨울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솟구친다 한 뼘씩 한 뼘씩 자기를 드러내면서 올라간다 녹지 않고 얼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복수를 하는 것인지 흐르지 않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폭포의 여인은 제 무서운 복수를 위로 위로 세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