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4 hours ago • 1 min read어린 나뭇잎에게---이 수 익--- 4월의 나뭇잎은 연초록 어린 천사들의 손가락 아직 채 날개가 돋지 않아 비상을 알기에는 이른 철 젊은 모체에 매달려 태양의 젖꼭지를 빨며 조금씩 발돋움을 세워 보는 저 4월의 잎들은, 하늘이 얼마나 높은 절망인 줄도 모르면서 하늘이 얼마나 까마득하게 곤두박질쳐야 할 바닥, 바닥인 줄도 모르면서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우도raah ---한 상 유--- 미운 건, 네가 널 미워해서 라고 봄날이 흩날리면 흩날리는 대로 고둥 귓전에 맴도는 숨비 소리와 그만큼의 거리에서 이마에 부딪는 마파람을 그려야지, 생각마다 떨치고 섬 속의 섬으로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초록 기쁨- 봄숲에서---정 현 종--- 해는 출렁거리는 빛으로 내려오고 제 빛에 겨워 흘러 넘친다 모든 초록, 모든 꽃들의 왕관이 되어 자기의 왕관인 초록과 꽃들에게 웃는다. 비유의 아버지답게 초록의 샘답게 하늘의 푸른 넓이를 다해 웃는다 하늘 전체가 그냥 기쁨이며 신전이다 해여, 푸른 하늘이여, 큰 향기로운 눈동자를 굴리며 넌지시…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선운사에서---최 영 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옛사랑---한 상 유--- 길이 숨는 그때에 점점이 박힌 산꽃 기적 소리에 깨어, 문득 길섶과 4월의 연록 사이 스쳐간 것들로 얼굴 붉힐 줄이야 새삼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봄비---이 우 걸--- 그것은 신의 나라로 열려있는 음악 같은 것. 불타는 들을 건너서, 얼음의 산을 넘어서 돌아와 가슴에 닿는 깊은 올의 현악기. 텅 빈 벤치에서도, 시멘트 벽 속에서도 수 없이 잊어야 했던 가난한 이름들을 이 밤에 모두 부르며 봄비는 길을 떠난다.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2 min read봄을 맞는 자세---이 정 하--- 봄이 와서 꽃 피는 게 아니다 꽃이 피어서 봄이 오는 것이다 긴 겨울 찬바람 속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면서도 기어이 새움이 트고 꽃 핀 것은 우물쭈물 눈치만 보고 있던 봄을 데려오기 위함이다 골방에 처박혀 울음만 삼키고 있는 자여 기다린다는 핑계로 문을 잠그지 마라 기별이 없으면 스스로 찾아 나서면 될…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우리가 물이 되어---강 은 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김 경 미--- 필 때 한 번 흩날릴 때 한 번 떨어져서 한 번 나뭇가지에서 한 번 허공에서 한 번 바닥에서 밑바닥에서도 한 번 더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꽃 핀다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2 min read밀짚모자에게 듣다---한 상 유--- 좀 찌푸린들 이미 유채꽃밭에 노는 소녀 가슴 설레더니 차디찬 손 움켜쥔 물 위로 서먹한 하늘 고이고 궃은비는 너울성 환절기의 맑은 콧물 팽- 풀어야지, 온종일 훌쩍이는데 사무쳐 목메는 엄마 무르팍에 고개 묻어버리면 울컥 예사롭던 바다마저 제 가슴 치고 멍들어 맴돌이치니, 먹먹하여 붉어진 사내의 눈길…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봄비---문 태 준---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봄비 온다 어진 마음의 봄비 온다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라일락---한 상 유--- 문리대 담쟁이 처마 아래 그림자 숨겨 풋잠 든, 내 콧등을 간질이던 연한 웃음소리, 잎새에 부딪다가 팔베개한 옷섶을 헤집고 들어 오글거리는 햇살과 하릴없이 흩어지는 수업 종소리 아울러 샴푸 빛깔로 터지는 스무 살 눈망울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꽃 피는 것 기특해라---서 정 주--- 봄이 와 햇빛 속에 꽃 피는 것 기특해라. 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물가로 가면은 가슴에도 수부룩히 드리우노니 봄날에 꽃 피는 것 기특하여라.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금잔디---김 소 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엣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천마산 진달래---한 상 유--- 불이야 불 분홍의 산불이야 4월, 푸석한 하늘가를 달궈 이팔청춘 생가슴 다 살라버릴 붐바람이 들레어 처녀애들 속곳 빛깔 보일라 수줍을수록 풋풋한 꽃내음 이는 불이야 불 아주 진홍의 꽃불이야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투표나의 작은 소망을 심었으니 아름다운 봄날에 이 나무처럼 꽃피웠으면...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아름다운 곳---문 정 희---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 펄 같은 벚꽃들이 피었다…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4월---홍 수 희--- 벚나무 바라보다 뜨거워라 흐드러진 꽃잎에 눈을 다친다 저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뎠는데 까짓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봄비 내려 싸늘하게 식은 체온 비벼대던 꽃잎 하르르 떨구어져도 무한대로 흐르는 꽃소식 으슬으슬 열 감기가 가지마다 열꽃을 피워댄다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봄꽃을 보니---김 시 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목련---한 상 유--- 너는 꿈, 봄날보다 짧은 꿈 겨우내 눈을 마주치며 기다린 보람을 하룻밤 빗소리로 떨구는 꿈 그럴 줄 알았기에 차라리 눈을 감아도 벌써 거반 비인 하늘가엔, 굳이 바람이 전하는 꽃잎 지는 소리 그렇게 아픈 기막힌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