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6 hours ago • 2 min read목포---문 병 란--- 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 와서 동백꽃처럼 타오르다 슬프게 시들어 버리는 곳 항상 술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잘못 살아온 반생이 생각나고 헤어진 사람이 생각나고 배신과 실패가 갑자기 나를 울고 싶게 만드는 곳 문득 휘파람을 불고 싶은 곳이다 없어진 삼학도에 가서 동강난 생낙지 발가락 씹으며 싸구려 여자를…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겨울 길을 간다---이 해 인--- 겨울 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없는 겨울 숲을 혼자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갈잎---한 상 유--- 거반 빈 가지 사이로 볕 바랜 온기 비집고 드는 돌아보면 선한 꽃다운 날, 의 뒤안길을 낸들 가긴 가네만, 가도 가도 남은 이승의 타래처럼 엉클어진 가랑잎 살그랑... 살그랑 훑어, 앞서는 소슬바람 무정한, 옹크려 나지막한 오후였지.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겨울의 노래---복 효 근--- 멀리서 보면 꽃이지만 포근한 꽃송이지만 손이 닿으면 차가운 눈물이다 더러는 멀리서 지켜만 볼 꽃도 있어 금단의 향기로 피어나는 그대, 삼인칭의 눈꽃, 그대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저녁 눈---박 용 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눈 오는 날의 미사---마 종 기--- 하늘에 사는 흰옷 입은 하느님과 그 아들의 순한 입김과 내게는 아직도 느껴지다 말다 하는 하느님의 혼까지 함께 섞여서 겨울 아침 한정 없이 눈이 되어 내린다. 그 눈송이 받아 입술을 적신다. 가장 아름다운 모형의 물이 오래 비어 있던 나를 채운다. 사방을 에워싸는 하느님의 문신, 땅에까지 내려오는 겸손한…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겨울 강가에서---안 도 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가을비---목 필 균--- 때론 눈물나게 그리운 사람도 있으리라 비안개 산허리 끌어안고 울 때 바다가 바람 속에 잠들지 못할 때 낮은 목소리로 부르고 싶은 노래 때론 온몸이 젖도록 기다리고 싶은 사람도 있으리라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늙은 말잠자리의 고독---최 승 호---- 이슬 희어지는, 백로도 지난 늦가을 연못을, 철지난 말잠자리가 날아다닌다. 텅 빈 연못을 혼자서, 혹시 살아남은 말잠자리가 있나 하고, 지나온 길도 다시 가보며, 회백색 갈대꽃들이 시드는 연못 가장자리로 날아다니는 늙은 말잠자리의 고독은, 아마 당신이 말잠자리가 되어 몸소 날아다녀봐야 알 수 있으리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가을나무---한 상 유--- 어깨를 툭 치는 햇살 한줌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고 온기 잃은 거리 훑어 떠나가는 너의 뒷모습, 어지러이 허리 꺾인 그림자 하나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다 차마 간직할 수 없기에 푸석해진 가지 끝 갈잎 안쓰러운, 그가 서 있다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가을 엽서---안 도 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 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소설 아침---정 태 욱--- 한때는 연초록 새순이었다가 햇살과 바람과 뒤엉켜 초록 물결 출렁이는 미치광이 청춘이었다 화려한 색채로 장엄한 낙하의 한철을 보낸 소설 아침 서리 엉긴 마른 몸을 웅크린 채 '대설주의보'를 기다린다 더 낮은 곳으로 임해야만 흙으로 썩어야만 뿌리에 닿아야만 수맥따라 다시 오를 날 비상을 꿈꾸며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2 min read행복한 사람---정 용 철--- "어머니" 하고 부를 때 "오냐, 왜..." 하고 대답하시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시계를 보고, 바쁘게 산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때 아름다운 단풍잎 하나 선명하게 떠오르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마음이…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당신의 눈물---김 혜 순--- 당신이 나를 스쳐보던 그 시선 그 시선이 멈추었던 그 순간 거기 나 영원히 있고 싶어 물끄러미 물 꾸러미 당신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것인 물 한 꾸러미 그 속에서 헤엄치고 싶어 잠들면 내 가슴을 헤적이던 물의 나라 그곳으로 잠겨서 가고 싶어 당신 시선의 줄에 매달려 가는 조그만 어항이고 싶어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2 min read가을은 하늘에서 온다---강 형 철--- 사람의 손으로 가을은 거두어지고 사람의 눈 위 바람결에 뉘어지는 벼이삭의 몸짓은 출렁일 수 있지만 가을은 하늘에서 온다 창호지 바른 문지방 너머 실눈을 뜨고 마당가에 꽂히는 햇살 굳은살 박힌 손끝을 바라보지만 기다려서 가을은 오지 않는다 가을은 하늘에서 제 맘대로 온다 돌자갈 섞인 황토흙에서 유리조각은…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2 min read배웅---문 동 만--- 취기가 가시지 않은 동인천역 김해화 김기홍 시인은 일당을 공치고 순천행 열차를 타러 영등포역으로 떠나고 두주불사 박영근 시인 술 한잔 산다며 손목을 잡았다 현금카드를 주며 담배와 돈을 찾아달라기에 40만원 잔고에서 15만원을 찾아 담배를 사고 낮술 한 병씩 나눠마셨다 -야야 이게 기한 없는 생활빈데 이렇게…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가을무상---한 상 유--- 살아온 날만큼 헤아려지는 어리석음에 더하는 하년하일 여우빗속, 굳센 독백으로 여민 단상 까무룩 이냥, 가슴츠레 눈초리마저 시들어뜨리는 오후 갈걷이 지나 산자락에 나지막이 저냥 퇴색하지요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추일미음---서 정 주--- 울타릿가 감들은 떫은 물이 들었고 맨드라미 촉계는 붉은 물이 들었지만 나는 이 가을날 무슨 물이 들었는고 안해막은 뜰 안에 큰 주먹처럼 놓이고 타래박은 뜰 밖에 작은 주먹처럼 놓였다만 내 주먹은 어디다가 놓았으면 좋을꼬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낙엽의 변---이 정 하--- 한동안 매달려 있었다 이제 잡은 손을 놓겠다 너를 벗어나야 나는 잠시나마 비상할 수 있었음을 미안해하지 마라 네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떠난 것이다 미련은 서로에게 짐만 될 뿐이니 헤어짐이 있어야 자유롭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2 min read반려---김 지 녀--- 여든이 된 노인이 개와 대화를 한다 개의 이야기는 개로 태어난 억울함으로 시작되고 노인은 귀가 어두워 개가 계속 짖도록 개처럼 앉아 있다 개는 더 이상 짖지 않는다 억울함은 남았지만 아무리 짖어도 억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일 수도 개는 벽을 열고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개가 벽 속으로 들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