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6 hr. ago • 1 min read미안하다---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사랑이 돌아오는 시간---문 현 미--- 어떤 붓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저리 눈부신 참회의 시간을 얼마나 숱한 눈물의 항아리가 얼마나 간절한 기도의 메아리가 쪽물이 뚝뚝 떨어질 듯 맑은 가락이 파란 무음으로 흐른다 멀리 있는 것은 다만 그리울 뿐 이런 높푸른 날에는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다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비 오던 날비 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여름 살려---손 준 호--- 빤주만 입은 아이들 여름 사냥 중이다 여울목에 반두 척 걸어놓고 첨벙첨벙 물고기 후치면 수초며 풀섶에 자근자근 밟힌 여름을 새빨간 양동이에 주워 담고 호박꽃 속에 앵앵거리다 풀쩍 도망치는 여름을 잠자리채 들고 뒤쫓는다 아이고야, 여름 살려!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1 min read고독---윤 고 영--- 왜 있잖은가 비 오는 날 창문 열어 놓으면 나무잎새에서 토닥거리는 쓸쓸함 같은 거 저녁나절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쯤에서 서녘노을 바라볼 때의 막막한 그리움 같은 거 왜 있잖은가 지금껏 걸어온 길 처연했지만 한편으론 정성 들여 갈무리 잘했다는 대견함 느끼며 위로 받고 싶은 거 생각해보면 세상 한켠에 툭 떨어진 정말로 미세한 존재일 테지만 우주 속 어디쯤 그 한 부분 지탱하는 질량 가득한 정신 있었다고 자위하고 싶은 거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무의도---한 상 유--- 이젠 섬이야. 라며 내게 강 같은 바다를 건너 다시 섬 속의 섬에 선길, 설핏 낮달이 희끗하건, 물썬 갯벌에 고깃배마다 코를 박던 다만 반건조 박대 구워 탁주 한 잔 걸치자는데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2 min read파도---이 경 림--- 내사 천날만날 내 혼자 설설 기다가 절절 끓다가 뒤로 벌렁 자빠지다가 엉덩짝이 깨지도록 엉덩방아를 찧어보다가 꾸역꾸역 다시 일어서다가 오장육부 쥐어뜯으며 해악도 부려보다가 급기야는 절벽 같은 세상 지 대가리 찧으며 대성통곡도 해 보지만 우짜겟노 남는 건 뿌연 물보라 뿐인기라 일년하고 삼백날 출렁이지 않는 날 메날이다 되것노마는 그래도 우짜다 함뿍 거짓처럼 바람자고 쨍한 햇살에 바스스 젖은 가슴 꺼내 말리는 날 있어 이 싯푸른 희망 한 둥치 놓을 길 없나니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비 오는 사람---정 호 승--- 그대 빈 들에 비 오는 사람 술도 집도 없이 배고픈 사람 사람들을 만나러 가기 위하여 떠나가는 사람들의 옷 적시는 사람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더니 빈집에 새벽부터 비 오는 사람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비의 명상---서 정 주--- 하늘은 가난한 자들의 꿈으로 잔뜩 흐린 우리들의 하늘은 나무가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해서 쓸쓸한 인생을 한 줄의 언어로 남기기에는 우울하다. 빈 웃음으로 사라지는 것들을 가슴으로 지키고 있는 미처 깨닫지 못하던 나의 삶 빗속에 홀로 선 나무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꿈이 가난한 우리들에게 비는 그냥 비일 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는 연약한 빛을 따라 나는 나무가 되지도 못하고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비를 맞으며---이 해 인--- 오늘은 우산을 쓰지 않고 일부러 비를 맞았습니다 톡 톡 톡 빗방울이 나에게 노크하며 하는 말 울고 싶으면 참지 말고 울어봐요 우는 걸 부끄러워하면 안 돼요 내가 요즘 울고 싶어도 못 우는 것을 빗방울은 눈치 챘나 보다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나서 잔디밭으로 뛰어 갔다 울음 대신 웃음이 나와 비를 보고 노래를 불렀지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오직 너는---나 태 주--- 많은 사람 아니다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너는 한 사람 우주 가운데서도 빛나는 하나의 별 꽃밭 가운데서도 하나뿐인 너의 꽃 너 자신을 살아라 너 자신을 빛내라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7월---유 봉 길--- 직장 잃고 집에서 빈둥대는 스물아홉 살 옆집 아가씨 지어미 잔소리에 죄 없는 여름 햇빛 나무라며 뽀얀 종아리 휘저으며 동네 슈퍼에 들러 오백 원 짜리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싸구려 여름을 가슴 깊이 엎지르는 두터운 브래지어 같은 7월.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슬픔을 줄이는 방법---천 양 희--- 빛의 산란으로 무지개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자기만의 무지개를 보기 위해 비를 맞는 것일까 빗속에 멈춰 있는 기차처럼 슬퍼 보이는 것은 없다고 까닭 모를 괴로움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시인 몇은 말하지만 모르는 소리 마라 오죽하면 슬픔을 줄이는 방법으로 첫째인 것은 비 맞는 일이라고 나는 말할까 젖는 일보다 더 외로운 형벌은 없어서 눈이 녹으면 비가 되는 것이라던 선배의 말이 오늘은 옳았다 빗소리에 몸을 기댄 채 오늘 밤 나는 울 수 있다 전력으로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아침 청평호---한 상 유--- 지난밤의 후유증으로 어지러운 산기운은 아직도 강가에 웅크려 있다 여태 물안개 짙게 덮고 호수는 깨지 않는다 다만 뒤척일 때마다 그녀의 체취가 일렁인다 조금은 더디 와도 좋으련만 벌써부터 햇살이 성화다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7월의 바다---황 금 찬--- 아침 바다엔 밤새 물새가 그려 놓고 간 발자국이 바다 이슬에 젖어 있다. 나는 그 발자국 소리를 밟으며 싸늘한 소라껍질을 주어 손바닥 위에 놓아 본다. 소라의 천 년 바다의 꿈이 호수처럼 고독하다. 돛을 달고, 두세 척 만선의 꿈이 떠 있을 바다는 뱃머리를 열고 있다. 물을 떠난 배는 문득 나비가 되어 바다 위를 날고 있다. 푸른 잔디밭을 마구 달려 나비를 쫓아간다. 어느새 나는 물새가 되어 있었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청포도---이 육 사--- 내 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7월이 오면---오 정 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 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 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2 min read저녁의 위로---이 상 국--- 울지 마라 슬픔들아 새처럼 가볍게 사는데도 삶은 어떻게 짐이 되었으며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고 울지 마라 인간이라는 게 죽을 힘을 다해 세상에 나와 어떤 사람은 평생 고기를 잡고 어떤 사람은 벽돌만 쌓다 간다 말을 안 해 그렇지 누가 울고 싶어 울겠는가 아프고 싶어 아프겠는가 울지 마라 슬픔들아 삶은 어떻게 섬이 되었으며 벌처럼 붕붕거리며 사는데도 되는 일이 없다고 땅바닥만 내려다보지 마라 강물은 그 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바람이 숲을 몰래 지나가지 못하듯 억지로 못하는 게 인생이다 저녁이다 슬픔들아 어둠의 등에 업혀 집으로 가자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1 min read다섯 살 섬---허 유 미--- 흔들말에 앉아 폴폴 날리는 흙먼지 잡아먹던 어린 손 좌악 펴면 엄마가 온다 눈시울 붉어진 바다 계절도 잊고 시간도 잊고 그저 등에 업힌 채 엄마 배를 물결인 듯 만지며 좋아 좋아 웃을 때마다 켜지는 집어등 참았던 졸음이 가고 가고hansangyou in # blurt • 20 days ago • 1 min read강아지풀---강 현 호--- 풀숲에서 귀여운 강아지를 만났다 솜털같이 복슬복슬한 꼬리를 살랑살랑 요요요 요요요요 정답게 부르면 우리 집까지 따라올 것 같아 자꾸만 숲길을 뒤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