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Hide Reblurtshansangyou in # blurt • 13 hours ago • 1 min read장마의 계절---조 병 화---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 갈 곳도 없거니와 갈 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이 축축한 무료 적요 어찌 고독한 나날을 다 이야기하겠습니까 비는 내리다간 쏘와! 쏟아지고 쏟아져선 길을 개울로 만듭니다 훅, 번개가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져 내는 천둥 소리 하늘은 첩첩이 검은 구름 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hansangyou in # blurt • yesterday • 1 min read농담---이 문 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우산---도 종 환--- 혼자 걷는 길 위에 비가 내린다 구름이 끼인 만큼 비는 내리리라 당신을 향해 젖으며 가는 나의 길을 생각한다 나도 당신을 사랑한 만큼 시를 쓰게 되리라 당신으로 인해 사랑을 얻었고 당신으로 인해 삶을 잃었으나 영원한 사랑만이 우리들의 영원한 삶을 되찾게 할 것이다 혼자 가는 길 위에 비가…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비 오는 날---천 상 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1백50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 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찌…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산속에서---나 희 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 주는지…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2 min read사랑일기---한 상 유--- 눈물 고이기 전 옹그려 꼼쳐둔 담배 한 개피 꺼내 서너 모금 삼키고서 궁둥이를 슬리퍼 신은 뒤꿈치에 대고 주저앉아 남은 꽁초 엄지와 검지로 들어 살뜰히 흠향하지 이때, 초점 잃은 시선은 먼 산에 주고 더러는 호주머니 속 성냥갑이나 아무 코앞에 뒹구는 돌멩이를 만지작거리기도 하지 서너 번 괜한 기침을 토하는데…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풀잎에도 상처가 있다---정 호 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배교---조 연 호--- 색약인 너는 여름의 초록을 불탄 자리로 바라본다 만약 불타는 숲 앞이었다면 여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겠지 소년병은 투구를 안고 있었고 그건 두개골만큼이나 소중하고 저편이 이편처럼 푸르게 보일까봐 눈을 감는다 나는 벌레 먹은 잎의 가장 황홀한 부분이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1 min read들풀---류 시 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2 min read자화상---노 천 명--- 오 척 일 촌 오 푼 키에 이 촌이 부족한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 하기 어려워한다. 그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전시대 같으면 환영을 받았을 삼단 같은 머리는 클럼지한 손에 예술품답지 않게 얹혀져 가냘픈 몸에 무게를…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호수---정 지 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서늘함---신 달 자--- 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 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 데 큰 뜰이 필요 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 쌀 한 톨만 한 하루가 지나간다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2 min read기나긴 그믐---정 끝 별--- 소크라테스였던가 플라톤이었던가 비스듬히 머리 괴고 누워 포도알을 떼먹으며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몇 날 며칠 디스커션하는거 내 꿈은 그런 향연이었어 누군가와는 짧게 누군가와는 오래 벌거벗고 누운 그랑 오달리스크처럼 공작새 깃털로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살짝 돌아서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팜므의 능선들 그 파탈의…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시---한 상 유--- 여름내 삼농사로 등골이 휘고 삭신이 쑤셔도 진심으로 베틀에 앉으시니, 시나브로 삼베 한 폭이 날실과 씨줄로 잣는 눈물 그 눈물 내 속에 흘러 칠십 줄 아낙 길쌈하듯 마름한 한 필 심상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2 min read불빛 한 점---황 동 규--- 한창때 그대의 시는 그대의 앞길 밝혀주던 횃불이었어. 어지러운 세상 속으로 없던 길 내고 그대를 가게 했지. 그대가 길이었어. 60년이 바람처럼 오고 갔다. 이제 그대의 눈 어둑어둑, 도로 표지판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표지판들이 일 없인 들어오지 말라고 말리게끔 되었어. 이제 그대의 시는 안개에 갇혀 출항…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1 min read판화---이 정 하--- 너를 새긴다 더 팔 것도 없는 가슴이지만 시퍼렇게 날이 선 조각칼로 너를 새긴다 너를 새기며 날마다 나는 피 흘린다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푸른 비밀---문 현 미--- 새들은 돌아보지 않는다 하늘 화폭에 몸붓으로 묵화 한 점 남길 뿐 아득하게 빛나는 여운의 은유 너머 허공 몇 가닥이 힐끗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바람 계단을 오르내리는 저 내밀한 무한 고요의 빈 몸들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첫사랑의 별---김 병 중--- 노고지리 수직 상승하는 하늘 향해 사랑하는 사람 이름 맘껏 부르고픈 봄날은 너무 짧아 은하의 강에서 별꽃놀이 하는 길 잃은 별 하나 새 이름 지어 불러 봐도 적적 막막 대답이 없다 첫사랑은 하늘의 별따기 몇 날을 우러러 고유한 이름 지으려다 짓지 못하고 마음만 담은 신토불이 호칭 하나 나의 사람 내 사람 내…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한 호흡---문 태 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 내고 피어난 꽃을 한 번 더 울려 꽃잎을 덜어뜨려 버리려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 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 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2 min read늙은 가수---허 수 경--- 나 오래 전 병아리를 키웠다네 이 놈이 닭이 되면 내다버리려고 다 되면 버리는 재미 그게 바로 남창 아닌가, 아무데서나 무너져내리는 거 반짝이는 거 반짝이면서 슬픈 거 현 없이도 우는 거 인생을 너무 일찍 누설하여 시시쿠나 그게 바로 창녀 아닌가, 제 갈 길 너무 빤해 우는 거 닭은 왜 키우나 내버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