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쟁과 현상의 이면 : 자유주의, 권위주의에 밀려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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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거대한 체스를 두고 있다. 두 판을 동시에 두다보니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아무리 국력이 강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무리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나라도 군사력만으로 복속시키기는 쉽지 않다. 제2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은 수없이 많은 전쟁을 수행했지만 단 한국가도 자기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오로지 AK 소총한자루만 들고 저항하는 탈레반에게도 미국은 패배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 이라크에서는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전쟁에서는 실패했다. 이라크를 이란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라크전은 미국에게 있어서 이적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진실이며 실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전체를 보기 어렵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현실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정한 시간이 흘러야 진실을 가리고 있던 베일을 치울 수 있다.

당대의 이해 당사자들이 현실을 가리기 위해 베일을 치기 때문이다.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은 진실을 팔아 먹을 뿐이다. 그래서 프로파간다가 판친다. 사실과 프로파간다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프로파간다를 사실이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서방의 언론들은 일방적으로 러시아가 패배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지극히 명료한 상황임에도, 언론과 사이비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주장했다. 프로파간다가 사실을 가린 것이다. 대중들은 사실이 아니라 프로파간다에 환호했다.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도의 이면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며칠 사이에 국제정세 특히 러시아와 중국 문제와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 뉴스가 한 건 있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조지 소로스와 키신저가 서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다. 조지 소로스는 유럽문명을 수호하기 위해 러시아를 물리쳐야 한다고 했고 키신저는 러시아에게 더 이상 챙피를 주지 말고 강대국으로 대접하면서 전쟁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했다. 뭔가 이상한 것은 조지 소로스의 주장이다. 그는 러시아를 유럽문명에서 배제하고자 했다. 유럽외교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러시아를 유럽역사에서 지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로스의 생각은 무엇일까? 키신저의 주장은 매우 상식적이다. 그이 상식적인 주장보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조지 소로스의 주장이 무엇 때문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조시 소로스는 왜 러시아를 그토록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일까? 그는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이후 지금까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끌어 들인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조지 소로스가 왜 러시아에 자기파괴적일 정도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를 들자면 그것은 자본의 확장이 러시아로 인해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의 확장이 차단된 것에 지나지 않고 앞으로 더 축소되고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푸틴체제이후 러시아 시장은 미국과 유럽의 자본이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소련붕괴이후 러시아는 서구자본주의 모델을 지향했다. 유태인들이 주가 된 올리가르히들은 러시아 자본과 정치를 장악했다. 푸틴이 등장한 이후 국가의 역할이 강력해지면서 올리가르히 대부분이 제거되었다. 서구의 정치모델을 지향하던 정치인들도 모두 제거되었다. 자유는 자본의 확장을 의미한다. 냉전이 끝나 자본의 힘이 러시아에 침투했으나 푸틴의 러시아에 의해 확장이 좌절되었던 것이다.

푸틴등장이후 유태자본과 서구정치모델을 지향하던 정치인들이 모두 제거되면서, 러시아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체제로 전환되었다. 현재의 러시아는 소로스로 대표되는 금융자본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러시아는 자본의 힘이 국가에 의해 지배를 당하고 있으며 무력화되고 있다. 정치가 자본을 장악하는 상태를 방치하면 자본주의의 주인역할을 해온 금융자본이 설 곳을 잃어 버리게 된다. 조시 소로스로 대표되는 금융자본은 이런 현상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붕괴를 시도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 경향은 미영중심의 서구적 자유시자체제보다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주도 경제체제가 점차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들은 거의 모두 국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권위주의 체제인 경우가 많다. 과학과 기술보다 자원과 인구가 경제력을 결정하는 단계로 접어 들면서, 뭔지 모르게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 브라질, 멕시코, 인도, 남아프리카, 이란,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베트남, 터키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 모두 권위주의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서유럽국가보다는 이들 국가가 세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세계는 이렇게 국가의 역할이 큰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 같다.

앞으로의 세계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면, 금융자본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최전선이라고 인식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동안 공들였던 러시아의 서구화는 푸틴의 등장으로 실패했다. 소로스를 대표로한 금융자본은 우크라이나를 이용하여 권위주의체제로 확고하게 굳어가는 러시아를 무너뜨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금융자본은 무력해질 수 밖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조지 소로스같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가들이 설자리는 없다.

금융자본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의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권위주의적이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자유주의가 권위주의에 패배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 것은 자유주의의 독주로 지지기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즉 금융자본의 폭주 때문이라는 말이다. 금융자본의 독주로 국가는 강해졌으나 사회의 힘이 약해지면서 인민들의 삶이 피폐해지면서 균형을 상실한 것이다. 냉전이후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것 같았던 권위주의적 체제가 다시 힘을 얻게 된 것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자본의 폭주 때문이라고 하겠다. 중국과 러시아의 인민들이 미국 인민들의 삶을 보면서 껍데기뿐인 투표의 자유, 발언의 자유를 향유하기 보다 경제적인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자유의 일부를 유보하는 것이 훨씬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택은 신자유주의의 공격 대상인 국가의 인민들에게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자유주의 체제에서나 권위주의 체제에서나 국가는 모두 폭력적이다. 자유주의 체제 국가를 권위주의 체제 국가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자유주의 국가안에 사회의 영역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이후 폭주했던 금융자본은 더 이상 견제받을 이유가 없으므로 사회의 가능성을 모두 제거해 버리면서 자유의 영역을 더 축소해버렸다. 배고픈 자유와 배고픈 인권은 무의미하다. 미국 소수인종에 대한 불이익은 가장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가내에 더 이상 사회적인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차피 사회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자본의 폭주를 억압할 수 있는 권위주의체제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냉전 종식이후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 했다면, 지금은 역사의 퇴보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자유주의가 권위주의에 무릎을 꿇고 있다. 금융자본의 폭주는 바람직한 세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담론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역사의 전취물인 자유가 권위에 밀려나게 된 것이다. 조지 소로스는 유럽 문명의 수호를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금융자본이 유럽 문명의 타락을 초래했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가히 비극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좀더 생각이 더 정리되어야 할 주제이나 이 정도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으로 마치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과 관찰이 필요하겠다.

소로스와 달리 키신저의 입장은 유럽외교사의 전통적 사고를 이어받고 있다. 키신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멸적인 상태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도 강대국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위신을 상하게 하면 안되니 이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전쟁을 종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키신저의 문제해결 방식은 타당하지만 현상황에 대한 인식은 냉철하지 않을 것 같다. 러시아를 패배시키면 안된다는 키신저의 인식은 현실과 차이가 많다. 상황을 더 오래끌면 미국이 망한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패배당하지 않고 결정적인 승리를 달성하고 있다. 유럽에서 어떤 국가도 지금과 같은 재래식 전쟁에서 러시아를 이기기 어렵다. 전세는 러시아의 우세로 결정되었고 이를 뒤집기는 불가능하다.

소로스의 금융자본의 입장과 키신저의 전통적 세력균형의 입장에서 미국과 유럽은 표류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더 오래끌고 철수하는데 실패하면 권위주의는 결정적으로 승리하게 될지도 모른다. 유감스럽게도 북미, 나토 및 서유럽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전세계의 자유주의는 권위주의에 점차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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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스의 발언에는 끝없이 확장하려는 속성을 가진 금융 자본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