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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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운동을 가려고 문을 나선다.
길을 건너려고 좌우를 살피는데 문 앞에 못 보던 물건이 보인다. 또 누가 쓰레기를 버렸나 해서 자세히 보니 분이 뽀얗게 핀 늙은 호박과 단 호박이 하나씩 포개어 있었고 바로 옆에는 커다란 김치통과 둥그런 통이 하나 놓여있었다. 김치통도 김치가 가득 들어있는지 묵직했고 둥그런 통도 무거웠다.

도대체 누가 이런 것을 가져다 놓았는지도 모르고 무슨 일인지 몰라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무거운 물건을 가지고 가다 힘에 부쳐 도움을 받을 사람을 기다릴 수도 있고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 택시를 부르러 갔을 수도 있으니 하늘을 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다시 들어와 가방을 놓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평소에 나에게 잘 해 주시는 언니 전화였다. 어쩐지 며칠 전에 늙은 호박 먹느냐 묵은지 좋아하느냐 묻던 생각이 난다. 된장까지 한 통 가득 담아 냉장고에 바로 넣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낮에 오면 번다하기도 하고 바쁜 내가 입맛이라도 다시고 가라고 잡을 것 같아 이른 시간에 살그머니 놓고 간다고 하며 운동 갈 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다. 다리도 아픈데 청국장 가루 넣은 된장 자주 먹으라고 친동생 타이르듯 한다.

친동생도 아닌 나를 힘들다고 늘 걱정해주고 시간 내서 집에 와서 쉬고 가라고 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으니 지난번엔 감자와 양배추를 가지고 오더니 오늘은 작정하고 살림을 다 퍼 날랐다.

사또를 불러 하나씩 들어다 냉장고에 넣고 호박은 그대로 시원한 곳에 두고 보니 추수라도 한 듯 뿌듯하다. 친정 엄마 돌아가시고 언니 없다고 하는 말 더는 안 하고 살게 생겼다. 고마운 마음 새기고 무엇으로라도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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