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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lurt •  8 days ago 

옛날 시골 우물이나 빨래터는
동네 여인들의 사교장이었다

물을 긷든 빨래를 하든
밤새 동네에서 일어난 얘기를 하며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날마다 세었다

그러다 동네에 수퍼가 들어왔다
여름이면 쭈쭈바를 입에 문 아이부터
부업거리 쇼핑백 끈을 꿰거나
양말목을 꿰매는 일거리를 안고
수퍼앞 평상으로 모였다

누구네 집 아들 어느 대학 가고
시집온지 몇해가 되도록 소식이 없는
어느 집 며느리
인공수정인가 뭔가 하고 낳다는 얘기 끝에
젖소 인공수정 얘기가 버무려지는
그 때만해도 동네에 수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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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슈퍼/ 고선경

농담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
전봇대 아래 버려진 홍시를 까마귀가 쪼아 먹네요

나는 럭키슈퍼 평상에 앉아 풍선껌을 씹으면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를 세어보는데요
원래 낙과가 맛있습니다

사과 한 알에도 세계가 있겠지요
풍선껌을 세계만큼 크게 불어 봅니다
그러다 터지면 서둘러 입속에 훔쳐 넣습니다
세계의 단물이 거의 다 빠졌어요

슈퍼 사장님 딸은 중학교 동창생이고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닙니다
대기업 맛은 저도 좀 아는데요
우리 집도 그 회사가 만든 감미료를 씁니다

대기업은 농담 맛을 좀 압니까?
농담은 슈퍼에서도 팔지 않습니다

여름이 다시 오면
자두를 먹고 자두 씨를 심을 거에요
나는 껍집째 삼키는 게 좋거든요
그래도 다 소화가 되거든요

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
매일 걷는 골목을 걸어도 여행자가 된 기분인데요
아차차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데요

바람이 불고 머리 위에서 열매가 쏟아집니다
이게 다 씨앗에서 시작된 거란 말이죠

씹던 껌을 껌 종이에 감싸도 새것은 되지 않습니다

자판기 아래 동전처럼 납작해지겠지요 그렇다고
땅 파면 나오겠습니까?

나는 행운을 껍질째 가져다줍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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